발고삐 시즌2 13화
이사님은 잠시 말씀을 멈추시더니..
목을 가다듬으시곤 이내 다시..
ㅡ H로 부터 전해 들었다면 자네도 알겠군..
맞아..내가 그 둘을 강제로 떨어뜨려놨네..
그 벌레 같은 놈에게 돈을 써서 우리 큰 딸아이와 떨어지게 만들었어..
하지만..
그래도 난 그 놈을 믿어보려 했었네..
마지막까지도 난..
1%의 남자로써의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기만을 바라며 그 놈을 믿어보려 했었어..
하지만 그 벌레 같은 놈은 단 1%의 가능성조차 내게 보이지를 못했다네..
ㅡ ......
ㅡ 차실장으로 부터 돈을 건네 받은 그 놈은..
그대로 사라지더군..
자기 인생에 우리 큰 딸아이는 마치 없었다는듯 말일세..
그리고..
그런 놈을 사랑한 큰 딸아이를 강제로 프랑스로 유학보내고..
결국 그 지경이 되서 돌아왔다네..
ㅡ ..그랬었군요..
ㅡ 그리고 그런 이유를 모르는 내 딸아이들은..
아직까지도 아비인 날 무척이나 원망하고 있을테지..
하지만 난 그런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전후 상황을 설명할 만큼 생각이 없지는 않아..
이제껏 가정적이지 못했던 아비라 말 해야 믿지도 않겠지만..
알아야 좋을 것 하나 없을테니 말일세..
이제서야..
H가 왜 그렇게 아버지를 미워할 수 밖에 없는건지..
그리고 이사님은 왜 그렇게 행동하실 수 밖에 없었던건지..
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..
제가 이사님의 입장이 되었더라도 그럴 수 밖에 없었을테죠..
후움..
괜시리 마음이 좀 찡해지는군요..
잠시 말씀이 없으시던 이사님은..
ㅡ ..자네도 이런 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가?..
ㅡ 아닙니다..
ㅡ 나도 자식을 가진 아비야..
내 두 딸아이 만큼은 누구보다도 사랑한다고 자신할 수 있네..
그건 자식을 가진 아버지라면 누구라도 똑같을것이야..
솔직히 섭섭하긴 하지만..
난 날 미워하는 딸아이들을 전혀 원망하지 않는다네..
난 그 정도로 나약한 아버지는 아니니 말일세..
ㅡ ......
ㅡ 그래서 난 내 작은 딸아이에 대한 기대가 커..
물론 자네가 그런 놈팽이는 아니라고 믿고싶네..
하지만 두 딸아이 중에 하나가 그렇게 망가진다면..
자식을 가진 아버지라면 누구라도 그럴것이야..
자네도 남자라면 이런 날 이해할 수 있을테지..
ㅡ ..네..
ㅡ 자네도 알고 있다시피..
우리 H는 아직 많이 어리네..
이제 겨우 고등학교 2학년이야..
그런 딸아이가 더 삐딱해질까봐 두려워서..
원하는대로 집을 얻어 혼자 살게하고..
겨우 진혁이를 붙여 딸아이를 감시하는 정도 밖에 할 수 없는 입장이지만..
난 누구보다도 그런 딸아이를 사랑하고 있어..
ㅡ 알고 있습니다..
ㅡ 진혁이한테 듣기로는..
자네 보다 우리 딸아이가 자네를 많이 좋아한다고 알고 있네..
그래서..
자네가 이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지만..
난 아비로써 걱정이돼..
그런 일이 또 다시 반복될까봐 말일세..
ㅡ ..네..
ㅡ 하지만 그것보다도..
이제 1년 반 뒤면 H도 스무살이네..
대학을 가야 한다는 말이지..
헌데 그 아이와 자네가 만나면서..
이런식으로 생활이 지속된다면..
사실상 H가 대학을 간다는 것은 무리일게야..
그건 자네도 물론 알고 있을테지..
그래서 내가 오늘 이렇게 자네를 부른걸세..
ㅡ ..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..
ㅡ 아니..둘이 헤어지라는 얘기가 아닐세..
나도 굳이 내 딸아이가 사랑한다는 사람과 헤어지는건 원하지 않아..
다만..딸 아이가 성인이 될 때 까지만..
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할 때 까지만이라도..
H와의 연락과 만남을 자제해주었으면 하네..
..대학에 입학할 때 까지..
H와 헤어져 있으라는 말씀이군요..
ㅡ 그리고 또 한 가지..
자네도 잘 알고 있듯이..
딸아이는 내 말을 전혀 듣지를 않아..
그래서 말인데..
자네가 좀 우리 딸아이를 집으로 다시 돌려 보내줬으면 하네..
ㅡ ......
ㅡ 아마도..
자네 말이라면 들을걸세..
..꼭 부탁하네..
ㅡ ..알겠습니다..
ㅡ 내가 오늘 하고 싶었던 말은 여기까지네..
혹시라도 자네에게 기분 나쁘게 들렸다면 미안하네만..
딸아이를 가진 아비의 마음이라 생각하고..
너무 기분 나빠하지는 말아줬으면 하네..
ㅡ ..아닙니다..
ㅡ 그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기까지 일세..
나가면 비서가 차를 대기 시켜 뒀을테니..
그 차를 타고 병원으로 돌아가도록 하게..
ㅡ 저..이사님..
ㅡ 응?..무슨 할 말이 남았는가?..
ㅡ 일단은 이사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만..
H와 약속한 것이 하나 남아있어서..
그것까지만 지키고 헤어지겠습니다..
ㅡ ..약속이라니?..
ㅡ 몇 일 후에 H가 퇴원하고나서..
함께 바다로 여행을 가기로 했습니다..
여행까지만 다녀오고나서..
이사님 말씀대로 하도록 하겠습니다..
ㅡ ..둘이만 가는건가?..
ㅡ ..네..
소나's 멘트에..
이사님은 잠시 침묵을 지키시더니..
이내 다시..
ㅡ 그런 약속이 있었다면..
굳이 내게 말하지 않고서도 다녀올 수 있었을텐데?..
ㅡ ..말씀을 드리는게 옳다고 생각됐습니다..
ㅡ 내가 반대한다면 어쩔텐가?..
ㅡ ..H를 만나고 처음으로 한 약속입니다..
다른 뜻은 없습니다..
그저 처음으로 한 약속은 꼭 지키고 싶습니다..
그런 소나를 가만히 바라보시던 이사님은..
ㅡ 대신..진혁이도 함께 간다면 허락하겠네..
ㅡ 알겠습니다..
ㅡ 그럼 또 할 말이 있는가?..
ㅡ 아뇨..없습니다..
ㅡ 그럼 그만 돌아가보도록 하게..
어째..내가 시간을 너무 많이 뺐은건 아닌지 모르겠군..
ㅡ 아닙니다..
그럼 전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..
그렇게 얘기를 마친 소나는..
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 문으로 향하는데..
ㅡ 소나군..
ㅡ 네?..
ㅡ 자네 또한..
내 딸아이가 사랑하는 사람으로써..
좀 더 나아진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겠네..
ㅡ ......
ㅡ 그럼 내가 한 말..
꼭 부탁하네..
ㅡ 네..
소나는 그렇게 이사실에서 나옵니다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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병원으로 돌아온 소나는..
낮에 이사님과 있었던 일에 대해..
싸가쥐에게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고..
그렇게 밤 11시을 지나자..
싸가쥐는 평소처럼 어느새 조용히 잠이 들었습니다..
그제서야 소나는..
가만히 핸펀을 들고 병실에서 나와 김형에게 전화를 합니다..
띠리리린~ 띠리리린~..
몇 번의 신호음이 흐르고 전화를 받는 김형..
ㅡ 소나씨?..
ㅡ 김형 자요?..
ㅡ 아뇨..아직은..
헌데 이 시간에 무슨일로 전화를..
ㅡ 쩝..그냥요..
ㅡ 혹시 뭐 지금 필요한 것이라도?..
ㅡ ..후움~..
ㅡ 부담 갖지말고 말씀하세요..
ㅡ 생각해보니깐..
지금 필요한게 하나 있긴 하네요..
ㅡ 그게 뭡니까?..
ㅡ ..김형이요..ㅋ..
ㅡ 에?..
ㅡ 지금 달리 할 일 같은거 없으면..
나랑 같이 술 한 잔 해줄 수 있어요?..
ㅡ ..술이요?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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늦은 시간..
김형과 만나기로한 소나는..
일찌감시 병원 근쳐의 약속한 술집에 도착하고..
먼져 도착해서 대충 주문한 술을 혼자 마시고 있는데..
얼마 가량의 시간이 지나고 도착하는 김형..
ㅡ 미안합니다..
늦은 시간인데도 이 근쳐는 아직 차가 좀 밀리더군요..
ㅡ 아뇨~..뭐..
그렇게 서 있지 말고 앉아요..^^..
김형이 맞은 편에 자리하고..
소나는 셋팅 된 맥주잔에 술을 채웁니다..
그리곤..
ㅡ 일단 한 잔 하죠?..
짠~..
건배를 하곤 그대로 한 잔을 비워내는 소나..
김형은 한 모금 가량을 들이키곤 그런 소나를 바라보며..
ㅡ 오늘은 왠지 좀 우울해 보이는군요..
ㅡ 우울하죠..
나도 사람인데..ㅋ..
그리곤 담배를 하나 꼬나무는데..
ㅡ 낮에 이사님께서 소나씨에게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..
대충 감이 잡히는군요..
ㅡ 김형..
ㅡ 말씀하시죠..
ㅡ 내가 아직 연예 경험이 없어서 물어보는건데..
좋아하는 사람이랑 함께 한다는게..
원래 다들 그렇게 매번 어려운건가요?..
아님..나만 이렇게 매번 어려운건가요?..
ㅡ ..글쎄요..
ㅡ 원래부터 그렇게 다들 어려운거면..
서로 좋아해서 결혼한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거네요..
ㅡ 이사님께서..
소나씨와 아가씨의 만남을 반대하셨나보군요..
ㅡ ..정말 어렵게 다시 만났는데..
..다신 떨어져 지내고 싶진 않은데..
그렇게 말끝을 흐리며..
다시금 맥주를 잔에 채워 들이키는 소나..
ㅡ 어렵네..진짜..
..무지 어렵네요..
ㅡ ......
ㅡ 근데..
이사님이 하신 말씀이 다 맞는 말 같아서..
아무 말도 못했어요..바보같이..
ㅡ ..그럼 소나씨는..
이사님이 원하시는대로 헤어지실 생각이십니까?..
ㅡ 헤어지란 말씀은 아니었어요..
싸가쥐가 대학교에 입학할 때까지만..
둘이 연락까지 끊고 떨어져 있으라는거죠..
ㅡ 그래도 다행이군요..
ㅡ 그쵸..
나란 넘한테 헤어지란 말씀을 안 하신 것만 해도 다행이죠..
근데..
이제 막 좋아지려는 사람이랑 한 동안 볼 수 없다는거..
그거 진짜..
생각만 해봐도 졸라 어려울 것 같은데..쩝..
ㅡ 하지만..
1년 반이라는 그 시간이 그리 짧지는 않겠지만..
그 시간만 기다린다면 뭐..
ㅡ ..1년 반이라는 시간이 두려운게 아니에요..
그 시간동안..
혹시나 내가 변해버리지 않을까 하는게 두려운거죠..
정말 어렵게 다시 누군가에게 마음을 연 건데..
ㅡ 그렇게 어렵게 마음을 열었던 만큼..
그리 쉽게 변하지는 않을겁니다..
ㅡ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하지만..
전 아직까지도 저란 넘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거든요..
그래서 걱정되는거에요..
전 지금 싸가쥐 옆에 있는 저란 넘이 참 맘에 드는데..
그 시간 동안 혹시나 변해버리는 것은 아닐까..
..그리고..
혹시 그 사이에 싸가쥐가 변해버리면 어쩌나..말이죠..
ㅡ ......
김형은 잠시 아무런 말이 없고..
그렇게 푸념을 늘어놓던 소나는..
가만히 앞에 놓인 잔을 들이키며..
ㅡ 미안해요, 김형..
이런 푸념 늘어 놓는거 보기 싫은 거 아는데..
ㅡ 아닙니다..
ㅡ ..근데 이 시간에..
이런 푸념 늘어 놓을 사람이 김형 밖에 없더라구요..
ㅡ 그럼..소나씨는 이미 결정을 내리신 것 같은데..
아가씨께는 어떤식으로 얘기를 하실 생각입니까?..
ㅡ ..글쎄요..
저도 그걸 어떤식으로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..
이사님의 말씀대로 하자고 하면..
분명히 심하게 반발할게 뻔한데..
그렇다고 그냥 무턱대고 안 본다구 할 수도 없는거구..
소나는 말끝을 흐리곤..
앞에 내려 놓은 담배를 꼬나 물었습니다..
김형 역시 아무런 말이 없고..
그렇게 잠시 정적..
정적속에 담배를 태우던 소나는..
ㅡ 그리구..
싸가쥐 퇴원하면 같이 바다 가기루 했다는거 김형두 알죠?..
그거 이사님께 말씀 드렸었는데..
ㅡ 이사님께요?..
ㅡ 김형두 껴서 가는거면 허락하신데요..
ㅡ ..이사님이 정말 그러셨나요?..
ㅡ 네..뭐..
소나's 멘트에..
약간은 의야하다는 듯한 표정을 보이던 김형은 이내 미소지으며..
ㅡ 이사님께서 그래도 소나씨를 좋게 보셨나보군요..
정말 잘 됐습니다..
ㅡ ..솔직히..
그 딴거 다 필요 없어요..
당장 일주일 뒤면 싸가쥐 목소리 조차 못 듣게 되는건데..
그리곤..
가만히 잔을 들어 맥주잔을 단번에 비웁니다..
계속..